코다이 – 아시아 민족음악교육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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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 Universal Language around Asia”
Kodaly-Asia Folk Music Education Network
한국 민요 교육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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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요 교육의 현재와 미래
권덕원(경인교육대학교 교수)
1. 머리말
사회가 변하면 노래도 변해 간다. 인간의 삶이 변하면 그들의 노래도 새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면서 이 땅 위에 울려 퍼지던 ‘민요’는 오늘날에도 가치를 지닌다. 그 노래 속에 지난 날의 삶의 모습이 들어 있고, 선조들의 마음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민요 가락은 한 시절 떠돌다 지나가는 유행가 가락이 아니고, 이 땅 위에 오래 동안 살아 남을 ‘한국 고유의’ 가락이다.
지금은 비록 민요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지만, 그 가락은 없어질 수 없는 우리만의 가락이기에 학교 음악 교육에서는 민요를 주목하고 있다. 민요는 어떤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현재 학교 음악 교육에서는 국악의 어떤 요소를 가르치고자 하는 것일까, 그리고 민요 교육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2. 민요의 교육적 가치
민요는 우리 민족의 노래다. 우리 민족에게 우리 노래가 있다는 것만큼 음악적으로 자랑스런 일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민요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모두가 함께 어울려 부르고 즐겨왔다는 점에서 참된 의미에서 우리 민족 모두의 정서를 담고 있는 노래라고 말할 수 있다. 헝가리의 코다이가 음악적 모국어의 개념을 갖고 헝가리 민속음악을 자기 나라 음악 교육의 모태로 삼았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현재의 민요가 우리에게 음악적 모국어가 될 수 있는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질문이지만, 그러나 민요가 음악적 모국어에 깊이 관련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동들에게 음악적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면 확실히 민요는 그 의미 있는 작업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재료이다. 이성천은 민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많은 형식, 다양한 양식의 음악이 있으나 민요만큼 삶을 삭이고 녹인 형식은 없으며, 민요만큼 때없이 순수무구한 형식도 없고, 민요만큼 넓은 영역의 표현형식을 가진 음악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민요가 모든 음악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민요는 일노래로부터 유희노래, 의식노래, 서정요, 동요 등 삶의 현장 전체에서 부르는, 넓은 음악세계를 영위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작곡가치고 민요를 자료로 택하지 않은 작곡가가 없는 것도 민요의 세계가 넓고, 민요가 가진 소재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이성천, 1997, 269쪽).
민요는 닫힌 형식이 아니라, 열린 형식의 노래이다(최종민, 1998, 3쪽). 한번 부르고 끝나는 노래가 아니라 돌아가면서 계속 부르는 노래다. 정해진 가사로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가사 붙이기를 즐긴다. 그래서 한 가락에 수십 절의 가사가 있는 것은 무수하며, 심지어 ‘정선아리랑’ 같은 노래는 가사가 천 절이 넘는다. 모두 다 우리 민족의 다양한 정서가 깊이 스며있는 귀한 노래들이다. 지금도 뜻이 있는 사람이 정선아리랑에 새로운 가사를 붙여 노래 부르려 한다면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좋은 가사일 경우에는 ‘얼씨구’라는 추임새가 저절로 붙게 될 것이다. 표현하고 싶은 정서가 남아 있으면 얼마든지 길어지는 노래요, 할 생각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마치면 그만이다. 그래서 우리 민요는 열려 있는 음악인 것이다. 민요의 ‘무한성’에 대하여 한명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실제의 민요 창에서는 그 한정된 끝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 민요는 서양의 예술가곡에서처럼 일정한 시간의 고정된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자(唱者) 임의로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노래가락’이라는 경기민요를 부르더라도 사람과 여건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일 수 있다(한명희, 1983, 65쪽).
민요 부르기에는 수준이 따로 없다.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잘 부르면 되고, 일반인들은 일반인대로 쉽게 부르면 된다. 민요 부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잘 불렀다 못 불렀다 평을 할 일도 없다. 그저 쉽게 자기 수준에서 부르며 같이 즐기면 민요의 목적은 끝이 난다. 이러한 민요가 교육의 현장에 들어오면서 아동들을 조금씩 옥죄는 현상이 보이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제든지 민요의 본질로 돌아가서 교육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시김새를 잘 살려 부르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민요는 본래의 의미를 갖는다. 시김새를 제대로 못 붙인다고 민요 부르는 일마저 주저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민요는 누구나 쉽게 부르는 노래라는 것을 바르게 인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민요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 국악이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진정한 의미의 ‘음악의 생활화’ 또는 ‘국악의 생활화’가 실현될 것이다.
민요는 살아 있는 현재의 노래이다. 그리고 앞으로 세태의 변화를 따라 변화해 갈 음악이다. 민요가 변화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하여 우리들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요 부르기는 ‘전통 가르치기’의 수준을 뛰어 넘어 ‘창조적 가능성 심어 주기’의 차원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민요 단원이 나올 때 전통과 창조가 신기하게 어울려가는 미래상을 가슴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동들에게 우리 음악 문화에 대하여 희망적인 비전을 확고하게 제시해 주는 일은 오로지 이렇게 창조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교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민요를 가르치는 일은 후배들에게 민족의 정서를 심어 주는 일이다. 생활상이 바뀌었다고 인간의 기본 윤리나 정서가 송두리채 변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민족의 노래 속에 숨어 있는 변하지 않는 정서를 후배들이 가려 들을 수 있는 마음은 더없이 중요하다. 민족의 노래 역시 우리 역사 중의 하나이다. 역사가 소중한 줄 아는 사람은 우리 앞에 널려 있는 소리 문화(민요) 속에 깊이 배어 있는 민족 정서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함을 알 것이다. 민요 속에는 현재의 아동들이 직접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등장한다. 얼핏 보기에 그 점이 민요 교육의 어려움이 아닌가 여겨질 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세대들의 삶과 현재 아동들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격차는 오히려 아동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았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아동은 아직 열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미래 세계를 헤쳐가는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3. 2007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국악 내용 체계
음악 교육에서 국악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1987년 제5차 음악과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이에 기초한 음악 교과서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학교 음악 교육에서 국악 교육은 비로소 그 문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악의 비중이 높지 않았지만, 그 이후 제6차 음악과 교육과정과 제7차 음악과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그에 따른 음악 교과서가 사용되면서 국악의 비중은 매우 급격하게 상향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장의 교사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국악의 비중이 너무 높다라든지, 국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든지, 국악 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준비가 부족하여 국악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든지, 교과서에 국악의 비중은 높은데, 실제로 학교 현장의 국악 교육 시설 및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물론 그 부정적인 의견 속에는 교사 자신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여 생긴 것도 있지만, 국악 교육 전공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음악 교실에서 가르치는 모든 교사들이 국악 교육 전공자들의 바램처럼, 국악을 좋아하고 국악을 열심히 가르쳐 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국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악을 좋아하지 않으며, 국악 가르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국악 교육 전공자들(또는 국악 전공자들)이 바로 교실에 대신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국악 교육 전공자들은 그렇게 국악 교육을 어려워 하는 교사들을 ‘기다려 주고 함께 동행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들이 학생들 앞에 서서 국악을 가르치면서도 국악에 자신이 없어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민족이 살아온 역사의 그늘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2007년에 개정된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국악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교과서에 국악의 비중을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그 못지 않게 전국의 모든 음악 교실에서 국악이 올바로 교육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국악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중심 주제로 삼으면서, 동시에 교사들과 학생들이 쉽게 흥미롭게 국악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방법의 구안이 필요하다. 다음 <표1>은 2007년에 개정된 음악과 교육과정 내용 속에서 포함되어 있는 ‘국악 학습 내용 체계’이다.
<표1> 2007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국악 내용 체계
학년
학습 요소
3
ㆍ전래동요 부르기
ㆍ메기고 받는 방식으로 부르기
ㆍ장단(자진모리), 장단의 세
ㆍ시김새의 특징
ㆍ메기고 받는 방식
ㆍ악곡의 특징(풍물)
ㆍ쓰임에 따른 악곡의 종류(놀이요, 노동요)
4
ㆍ전래동요, 민요 부르기
ㆍ가사의 말 붙임새 바꾸어 부르기
ㆍ장단(세마치), 장단의 세
ㆍ시김새의 특징
ㆍ악곡의 특징(판소리, 병창)ㆍ쓰임에 따른 악곡의 종류(지역 전승 음악)
5
ㆍ전래동요, 민요 부르기
ㆍ장단(굿거리), 장단 세의 변화
ㆍ장단 꼴과 장단 세의 특징
ㆍ말 붙임새, 정간보
ㆍ조(메나리조, 창부타령조)
ㆍ시김새의 효과
ㆍ악곡의 특징(줄풍류, 삼현육각)
ㆍ쓰임에 따른 악곡의 종류(풍류음악)
ㆍ우리 음악의 가치 알기
6
ㆍ전래동요, 민요 부르기
ㆍ시조의 초장 듣고 따라 부르기
ㆍ장단(중중모리), 장단 한배의 세
ㆍ조(육자배기조, 수심가조)
ㆍ시김새의 효과
ㆍ한배에 따른 형식
ㆍ악곡의 특징(궁중음악, 의식음악)
ㆍ악곡의 종류(판소리, 창극)
ㆍ우리 음악의 가치 알기
학년
학습 요소
7
ㆍ가곡, 민요 부르기
ㆍ시조의 초장, 창작 국악곡 한 대목 듣고 따라 부르기
ㆍ장단(중모리, 변형 장단), 장단 한배의 변화
ㆍ민요의 여러 조
ㆍ악곡의 특징(시조, 판소리, 창극)
ㆍ악곡의 종류(시조, 가곡, 단가, 판소리, 산조, 시나위)
ㆍ우리 음악의 가치 인식하기
8
ㆍ가곡, 민요 부르기
ㆍ판소리 한 대목 듣고 따라 부르기
ㆍ여러 가지 장단
ㆍ형식(연음 방식)
ㆍ악곡의 특징(시나위, 수제천)
ㆍ연주형태에 따른 악곡의 종류(독창, 독주, 실내악곡, 관현악곡, 병주곡, 합주곡)
ㆍ우리 음악의 가치 인식하기
9
ㆍ가곡, 민요 부르기
ㆍ판소리 한 대목 듣고 따라 부르기
ㆍ여러 문화권의 음악 비교하며 감상하기
ㆍ여러 가지 장단
ㆍ형식(확대형식)
ㆍ시대에 따른 악곡의 종류(근현대 전통음악)
ㆍ우리 음악의 가치 인식하기
10
ㆍ가곡, 민요 부르기
ㆍ가곡의 초장 듣고 따라 부르기
ㆍ여러 문화권의 음악 비교하며 감상하기
ㆍ여러 가지 장단
ㆍ악곡의 종류(현대 전통음악)
4. 민요 교육의 과제
학교에서 민요 교육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려면, 민요 전문가, 국악 교육 전문가, 교사, 교육 행정 기관 등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민요는 ‘보이지 않는 문화재’ 중의 하나이다. 민요를 전승해 오던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채 전승해 주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시면 그 분들이 품고 있던 민요도 같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보이는’ 문화재가 소중한 것은 알지만, ‘보이지 않는’ 문화재가 소중하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보이는 문화재는 불에 타서 없어지지 않는 한, 잘 관리만 한다면 그 원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민요 문화재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후회한 들 그 소리를 복원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민요는 사라지기 전에 더 소중히 여기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형태로 보존하여, 열심히 교육해 나가고, 전승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민요 교육이 올바로 이루어기 위해서 어떤 점들이 필요한 지 살펴 보고자 한다.
1) 교사 교육
오늘날과 같은 생활 형태에서 민요를 전승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학교 교육에서 민요를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적어도 12년 동안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형식적인 교육을 받게 되므로, 이 시기에 그들에게 민요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에게 민요를 가르치는 것이다.
현재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대체로 국악교육이나 민요교육을 다루는 대학 교육과정이 매우 부족하다. 경인교육대학의 경우, 학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 강의를 듣는 과목을 통하여 오직 1학기 동안 국악 실기를 배우는데, 이 내용에는 단소실기, 장구실기, 민요실기 등의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히 민요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이것은 다른 교육대학의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오늘날 배출되는 거의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이 민요 교육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사범대학의 경우도 거의 비슷하여 중등학교의 음악 교사들 역시 국악교육, 민요교육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교사 양성 대학에서는 민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학 교육과정에 민요를 배울 수 있는 교과목을 증설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악교육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채 현장으로 가게 되는 교사들을 위해서 역시 중요한 것이 ‘교사연수’이다. 교사연수 계획은 주로 각 지역의 교육청에서 세우게 되는데, 이 때 국악연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에 각 교육청에서 많이 하는 연수는 영어, 컴퓨터, 교과직무 등인데, 앞으로는 국악연수도 보다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국악을 공부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동아리들이 생겨 나고 있다. 교사들은 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소, 민요, 사물놀이, 판소리 등을 배우고, 더 나아가 국악 수업 방안들을 개발하여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국악을 배우고, 국악 수업을 잘 하려는 교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재정 지원을 해 준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 교사들이 스스로 모여서, 국악 교육에 대한 연구, 수업 자료 개발, 국악 발표 등을 할 때 재정적, 행적적 지원을 해 줌으로써, 그들에게 배우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교사들에게 그 효과가 파급되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민요 교수법 개발
민요는 원래 일상의 삶 속에서 생겨났고, 또 전승되었다. 농촌 마을에서 농업요가 불져졌고, 어촌 마을과 고기 잡는 배 위에서 어업요들이 불려졌다. 선조들은 나무를 자르고 열매를 따면서 벌채노동요를 불렀고,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하면서 가사노동요를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더 이상 그러한 민요들을 부를 수 있는 삶의 환경이 아니다. 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론 오늘날에도 농촌과 어촌의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민요가 그들의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요는 오늘날에도 교육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효과적인 민요 교수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국악 교육 전문가들과 교사들은 학교 음악 교육 상황에서 어떻게 민요를 가르칠 것인가 하는 주제를 갖고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민요의 가사 내용이 오늘날 학생들의 삶과 정서에서 멀리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끌어 올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더 이상 민요를 부르는 실제 상황이 아닌 교실 상황이지만 민요를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방안을 구안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3) 교육용 민요 자료 개발
민요를 교실 안으로 가져 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 형태로 준비되어야 한다. 우선 정간보 또는 오선보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눈으로 보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민요 전문가들이 민요를 채집하여 정간보 또는 오선보로 만든 논문 형태의 ‘전문적인’ 자료들은 있지만, 그 자료들을 한번 더 손질하여 학생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자료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학생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사와 가락을 다듬어서 교육의 상황에 적합한 자료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민요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형’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학교 교육에 민요의 원형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학생들의 정서와 수준을 배려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원형의 보존은 어른들이 하면 된다. 학생들에게는 즐겁게 부를 수 있는, 그러면서도 국악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노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민요들을 오디오 자료, 비디오 자료, 그리고 멀티미디어 자료로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사들이 민요를 충분히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민요를 보여 주고 들려 줄 수 있는 수업 자료들이 있어야 한다. 자료를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는 많은 재원이 요구된다. 그동안 적지 않은 자료들이 국립국악원 등에 의하여 개발되었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일선 학교의 교사들에게까지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4) 악기 지원
국악 교육에서 악기는 필수적이다. 장구 장단을 치면서 민요를 부르는 것은 기본적인 활동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학교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많은 학교에 장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있다고 하더라도 잘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 학교에 국악기를 보급해 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악기를 보급해 주되, 가능한 한 ‘품질 좋은’ 악기를 보급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장구도 가격에 따라 그 품질이 매우 다양하다. 학생들이 소리 안 좋은 장구로 장단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나서, 그들이 국악을 좋아하게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교육청, 교육부 등의 지원기관들은 각 학교에 좋은 악기들이 잘 갖추어질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최대한 해주어야 할 것이다.
5) 연구 지원
어르신들이 품고 있는 민요를 교실의 학생들에게까지 도달하게 하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민요 전문가가 어르신들을 찾아가 민요를 채집하고, 악보로 채보하고, 채보한 악보를 책으로 만들며, 어르신들의 노래를 녹음한 것을 음반으로 만들고, 그 자료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급해 주는 과정은 참으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산도 많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한국민요연구원’의 설립을 제언하고자 한다. 만약 이 기구가 설립된다면, 민요의 채집, 채보, 악보발행, 음반제작, 교육용자료개발, 자료보급 등의 사업이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민요 전문가들이 각자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채집하고, 채보하고, 그러다가 연구비 부족하면 중단되고......이처럼 교사들에게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전달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자료들이 전문가들의 창고와 서가 속에서 채집이나 채보의 형태로 잠을 자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 아까운 자료들을 실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6) 민요 동아리 지원
교실에서 민요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데 가장 핵심적인 방안은 교사들이 민요를 능숙하게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 앞에 서 있는 교사들이 민요를 직접 부르는 것보다 더 강력한 민요 교육 방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교사 민요 동아리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민요가 좋아서 스스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재정 지원만 해 준다면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민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아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요 전승’이 일어나게 된다. 기량이 뛰어난 교사가 나중에 온 교사들을 가르치고, 또 배운 교사들이 능숙하게 된 후에 다음 후배 교사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교사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배우는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민요를 배우게 될 것이다.
민요 동아리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요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민요 전문가들이 교사 민요 동아리에 직접 가서 그들을 가르쳐 준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 민요를 가르치는 것보다 ‘민요 보급의 효과’는 더욱 크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한 사람의 교사에게 민요를 가르치는 일은 결국 그 교사가 평생 가르치게 되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민요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을 일대일로 레슨하는 것도 좋지만, 교사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을 통해 민요 보급을 하게 된다면 훨씬 더 넓게, 그리고 더 길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7) 민요 단체 학교 공연 지원
우리 주변에서 민요 단체들의 공연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대개의 그 단체들의 운영 상황은 열악하다. 국가의 문화지원단체를 통하여 공연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모든 단체들이 예산을 받는 것도 아니고, 또한 공연을 위한 전액 지원도 아니어서 결국 그 단체들의 회원들이 자비로 공연을 하게 된다. 그들이 국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하긴 하지만, 그러한 공연은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고, 제대로 좋은 공연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민요공연단체들이 활발하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는 지원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요공연단체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학생들은 멀리 가지 않고서도 좋은 민요 공연을 관람하게 되고, 민요를 좋아하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인 음악회도 가 보면 200-300명 정도의 관객 밖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해 볼 때, 도리어 관객이 확보되어 있는 학교로 연주 단체들이 직접 들어 가서 공연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성이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공연장을 잘 가지 않는 학생들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 학교를 찾아 가서 좋은 음악을 들려 주는 사업은 교육부, 문화관체육부 등의 국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5. 맺는 말
민요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노래다. 다른 나라의 노래들은 이 땅에 들어 왔다가 또 어디론가 가겠지만, 우리 민요는 이 땅에 영원히 남을 노래다. 민요 가락이 멋이 있어 보이든 그렇지 않든 그 가락은 우리 민족의 이름이요 얼굴이다(사실은 멋이 넘쳐나는 가락이다). 내가 나의 성(姓)을 바꿀 수 없듯이 우리 민족도 우리 가락을 다른 노래로 대체할 수 없다. 민요는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면서 듣기 시작하여 이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듣게 되는 소리이다. 민요는 내가 좋아하더라도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싫어하더라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민요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땅에 태어났다가 내가 다시 땅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민요를 보고 ‘네가 누구냐’고 묻고,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사람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대신 민요는 영원히 남는다.
학교에서 민요 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민요가 살아 숨 쉬던 논과 밭 위에는 이젠 높은 빌딩이 들어서 있으며, 벌목꾼들의 흥겨운 노래는 어디론가 가고, 대신 벌목 기계의 엔진 소리만이 요란하다. 고기가 가득한 그물을 끌어 올리던 힘줄선 어부들의 팔뚝들은 노쇠해졌고, 그물 당기는 소리 대신 기계 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요는 학교 교실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민요는 이 땅의 주인 된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요를 가르치는 교사가 소중하고, 그들에게 민요의 혼을 심어 주는 민요 전문가들이 귀중하다.
이 땅을 힘차게 울리던 민요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 민요를 되살리고, 민요를 가르치고, 민요를 가르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사람은 민요를 ‘돌보는’ 일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부(2007). 음악과 교육과정. 서울: 저자.
국립국악원(1998). 민요, 이렇게 가르치면 제 맛이 나요. 서울: 민속원.
국립국악원(2001). 국악교육 체계화 연구: 가창편. 서울: 저자.
박경수(1998). 한국 민요의 유형과 성격. 서울: 국학자료원.
한명희(1983). 하늘의 소리, 민중의 소리. 서울: 수서원.
<Abstract>
Korean folk song is Korean people's song. Kodaly regarded folk song as his mother tongue in music. It make us aware of the importance of folk song. Although it is not sure whether Korean folk music would be mother tongue in music for Korean people or not, it is very certain that the folk music could be one of core elements for teaching music in the school.
We greatly hope that all the teachers who teach music in the school could give good instruction of Korean music for their students. However, many teachers seem not to have confidence in teaching Korean folk music. it is so nervous to the professionals of Korean music who highly expect that all students sing very well folk song. But we should wait until the teachers love to teach and have good ability to teach folk song some day.
We have several tasks in order to see the better education of Korean folk song in the school:
• We should expand the subjects of Korean music in the curriculum of universities of education for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s.
• We should develop various kinds of teaching methods using Korean folk song.
• We must make various materials for teaching folk song.
• The government need to support the schools in purchasing Korean musical instruments.
• The government and musicians need to support the studies on Korean folk song.
• The government, musicians, and music educators need to support the folk song groups of teachers for their activities on Korean music.
• The government should support the performing groups of Korean music to have concerts in the schools.